박쥐

 
동물마냥 욕망에 충실하다가 (순전히 장르적인 의미에서) 짐승이 돼버린 자들의 연애담. 호불호가 완전히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박찬욱은 <박쥐>에 이르러 집중이 편하게 밀도가 촘촘한 ‘오락’을 만드는 것 보다는 여러 가지 갈래로 해석이 용이한 ‘텍스트’를 만드는 쪽으로 완벽하게 돌아선 듯 보인다. 덕분에 온갖 아름다운 수사들로 지랄맞게 뭉거뜨려 추상적으로 치장하는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같은 맥락에서 온갖 욕지기를 동원해 아까운 기회비용을 탓하는 관객들도 여럿 등장할 것이다. 둘 다 옳다. 순전한 취향의 문제라. 배우들의 연기는 괜찮은 편이고 후반부의 김옥빈은 특히 그렇다. 영화 자체가 전반부보다는 후반부에 힘이 쏠린다. 아름답다 못해 소름끼칠 정도의 장면들이 몇 번 등장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엄밀히 말해 서사가 다소 방만하다. 보여주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중간에 지루하다. <친절한 금자씨>의 케이크 먹는 부모들 시퀀스적인 게 전보다 자주 등장하니 특유의 분위기를 싫어한다면 추천하기 어렵다. 서로 좀체 맞물리지 않는 내러티브가 겹쳐져 걸쳐있다는 느낌이다. <테레즈 라켕>에서 가져온 욕망과 죄의식의 이야기가 <박쥐>의 중요한 한 축인 뱀파이어 이야기와 서로 완벽히 어울려 호응하지 않는다. 이런 호흡이라면 굳이 뱀파이어 이야기가 필요했을까. 영감을 바랐다면 흡족할 것이고 장르적인 쾌감을 바랐다면 후회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의 발전과 확장이고, 또 다른 의미에선 배반과 고착의 영화다. 취향이야 어쨌든 저쨌든 이 여러모로 흥미로운 영화를 박찬욱 영화 세계 최고의 걸작으로 보는 시각은 세상에 원 농담도, 명백한 오버다. 아, 송강호 고추 나온다. 별로 중요한 장면은 아닌데 그 시퀀스 자체는 괜찮다.

-http://ozzyz.egloos.com 허지웅기자의 이글루블로그에서


아직 보지못해서 단평을 가져올까 말까 고민을 많이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박찬욱감독의 전작들을 봐온 관객으로서
나는 박찬욱과 영화적으로 정말 조금도 맞는 부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내가 박찬욱의 영화를(이전까지 나는 미성년자였으므로 모두 DVD로 감상했다) 보는 이유는
시대에 편승하기 위해서라는 측면이 더 크다. 늘 언제나 보고나면 별 것 남지않지만.
나와 맞든 안맞든, 박찬욱의 영화에는 이런 것들은 존재하고 있다. 그는 나와는 맞지않지만 '천재'이긴 한가보다라는 것.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해낼까, 하는 시퀀스들은 늘 존재하지만, 영 나와는 맞지않는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4일만에 100만관객이 들었다고하니까, 뭐 대중적으로도 성공한걸까.


어찌됐든, 여전히 호불호는 나뉘고있고, 나는 영화를 보러가야겠다.

by robot | 2009/05/05 13:41 |  g o s s i p | 트랙백 | 덧글(0)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